박종서 디자이너, 500억 드림카 정체 확인하는 방법

얼마 전 방송에서 ‘500억 원짜리 드림카’라는 말을 듣고, 박종서 디자이너가 그 차를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가격도 놀랍지만, 전시장에 놓인 차가 진짜 페라리인지 직접 만든 작품인지에 따라 이야기가 꽤 달라지거든요. 차 이름부터 확인하고 나니 방송 장면도 훨씬 선명하게 이해됐습니다.
드림카 이름은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
박종서 디자이너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 온 차는 1958년형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입니다. 1950년대 말 경주용으로 만들어진 차로, 유려하게 솟은 앞바퀴 주변 차체와 낮은 차체가 눈에 띄죠.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자동차 컬렉션에도 같은 모델의 1958년형 차량이 있습니다.
이름이 낯설다면 ‘250 TR’이라는 표기도 함께 기억하면 편합니다. 르망 24시를 주관하는 오토모빌 클럽 드 루에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250은 12기통 엔진에서 실린더 하나당 배기량인 250㏄를 뜻합니다. 테스타로사는 이탈리아어로 ‘붉은 머리’라는 뜻인데, 엔진의 붉은 덮개에서 나온 이름이에요. 1980년대에 나온 페라리 테스타로사나 경매 기사에서 자주 보이는 250 GTO와는 서로 다른 차종입니다.
경기 이력도 화려합니다. 250 TR 계열은 르망 24시에서 1958년, 1960년, 1961년에 우승했습니다. 그저 오래된 빨간 스포츠카라서 유명한 게 아니라, 실제 경주 역사에 이름을 남긴 차인 셈이죠. 박종서 디자이너가 왜 이 형태에 오랫동안 마음을 두었는지도 조금 이해가 됩니다.
500억 원은 전시된 모형의 가격일까
여기서 가장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어요. 방송에서 소개된 약 500억 원은 원형이 된 명차의 경매 추정가로 알려진 금액입니다. 박종서 디자이너가 500억 원을 주고 실차를 샀다거나, 그가 만든 전시 작품이 500억 원에 거래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500억 드림카’라는 짧은 표현만 보면 소유한 자동차의 가격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가격이 가리키는 대상을 구분해야 해요.
그의 전시장에 있는 것은 실물 크기로 재현한 모형입니다. 경기도가 2015년 박종서 디자이너를 인터뷰했을 때도 그는 1958년형 페라리 테스타로사를 옛 이탈리아 자동차 공방 방식으로 복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이후 공개된 미술관에서는 완성차를 그대로 들여온 것이 아니라 직접 형태를 빚어 만든 작품으로 소개됐습니다.
클래식카 가격은 연식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차마다 제작 당시의 사양과 경주 이력, 보존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250 테스타로사는 모두 500억 원’처럼 받아들이기보다, 방송에서 언급된 금액은 해당 명차를 설명하기 위한 추정치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모형 하나에 4년 가까이 걸린 이유
실물 크기라고 해서 자동차 겉모습을 크게 확대해 놓은 전시물 정도로 생각했다면, 만드는 과정을 듣고 생각이 바뀔 수 있어요. 박종서 디자이너는 정확한 형태를 구현하려고 페라리 본사에 직접 편지를 썼다고 방송에서 밝혔습니다. 외형의 곡선을 사진 몇 장만 보고 짐작할 수 없으니, 자료를 찾는 일부터 시간이 들었겠죠.
2016년 미술관을 찾은 취재에서는 나무틀을 세우고 금속판을 두드려 차체를 만드는 작업이 소개됐습니다. 원래 250 테스타로사의 차체를 만든 세르지오 스칼리에티의 아들 오스카 스칼리에티에게 지도를 받았다는 기록도 있어요. 디자인을 화면에서 보는 것과 손으로 입체 형태를 만드는 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작은 굴곡 하나가 달라져도 차 전체의 인상이 바뀌니까요.
방송에서는 모형을 완성하는 데 4년이 걸렸다고 소개했습니다. 수년 동안 자료를 찾고, 틀을 만들고, 금속을 두드려 형태를 잡았다는 이전 인터뷰와도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결과물의 값보다 그 차가 왜 그렇게 생겼는지 몸으로 익히려 했다는 점이 더 인상적이었어요.
26년 된 차를 타는 디자이너가 남긴 장면
박종서 디자이너는 현대자동차에서 스쿠프, 티뷰론, 싼타페 등 여러 차종의 디자인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티뷰론의 곡선과 싼타페의 차체를 둘러싼 개발 이야기는 자동차 디자인이 예쁜 그림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시장에서 받아들일지까지 여러 사람이 함께 풀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정작 본인이 일상에서 타는 차는 26년 된 구형 차량이라고 합니다. 곳곳에 긁힌 자국이 있는 차를 계속 타면서, 한편으로는 오래된 경주차의 곡선을 되살리는 데 몇 년을 쓴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자동차를 좋아한다는 말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종서 디자이너의 500억 드림카를 볼 때는 차 이름과 가격의 의미, 전시장 작품의 성격을 함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제 눈에는 비싼 차를 향한 동경보다, 마음에 남은 디자인을 끝내 자기 손으로 만들어 낸 시간이 더 오래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