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맞는 키보드 고르는 방법

얼마 전 키보드를 바꾼 친구가 새 제품이 예쁜데도 자꾸 오타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키보드는 사진만 보고 고르면 놓치기 쉬운 물건입니다. 하루에 몇 시간씩 손을 올려놓는 만큼, 평소 쓰는 키의 위치와 소리부터 생각하는 편이 만족도가 높아요.
자주 쓰는 키부터 세어보기
가장 먼저 볼 것은 크기보다 배열입니다. 숫자를 많이 입력한다면 오른쪽 숫자 키패드가 있는 풀배열이 편합니다. 엑셀에서 금액을 연달아 입력할 때 숫자 키가 한곳에 모여 있으니까요. 반대로 문서 작성이나 게임이 주된 용도라면 숫자 키패드가 없는 텐키리스 배열이 책상 공간을 덜 차지합니다.
더 작은 배열도 있지만, 작아질수록 자주 쓰던 키가 빠지거나 다른 키와 기능을 나눠 쓰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방향키로 커서를 자주 옮기고 Delete 키를 자주 누른다면 구매 전에 그 키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책상이 좁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키보드를 골랐다가, 익숙한 단축키를 누를 때마다 손을 멈추면 오히려 답답할 수 있어요.
키보드 가로 길이도 책상에서 직접 가늠해보면 감이 옵니다. 키보드 오른쪽에 마우스를 놓고 평소처럼 팔을 움직여 보세요. 마우스를 쓰려고 팔을 계속 바깥으로 벌리게 된다면 숫자 키패드를 포기하고 공간을 확보하는 선택도 괜찮습니다. 숫자 입력이 가끔 필요하다면 별도 숫자 키패드를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방법도 있고요.
키감보다 소음을 먼저 따져보기
기계식 키보드를 찾다 보면 축 이름이 참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름만 외우기보다 손끝 느낌과 주변 소음을 기준으로 보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키를 누르는 동안 걸리는 느낌이 적은 방식은 연속 입력이 부드럽고, 중간에 걸리는 느낌이 있는 방식은 눌렀다는 감각이 분명합니다. 딸깍 소리가 또렷한 방식은 취향에 맞으면 즐겁지만 조용한 사무실이나 밤늦은 방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같은 종류의 스위치라도 키보드 몸체와 책상 재질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들립니다. 매장에서 시험할 수 있다면 한두 글자만 누르지 말고 평소 속도로 문장 두세 줄을 쳐보세요. 스페이스바와 엔터처럼 큰 키의 소리도 따로 들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온라인 후기 영상은 녹음 환경에 따라 실제 소리와 차이가 날 수 있으니 참고 정도로만 보는 게 안전합니다.
가벼운 압력이 늘 편한 것도 아닙니다. 손을 살짝 얹었을 때 원치 않는 입력이 생기는 사람도 있거든요. 반대로 무거운 키는 오래 타이핑할 때 손가락이 피곤할 수 있습니다. 타건할 기회가 있다면 5분 정도 평소 쓰는 자세로 입력하며 오타가 나는지, 손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는지 살펴보는 편이 숫자로 적힌 사양보다 유용합니다.
연결 방식은 쓰는 자리로 결정하기
책상 한곳에서만 쓴다면 유선 키보드는 연결이 단순합니다. 배터리 상태를 신경 쓸 일도 적고요. 노트북과 태블릿을 번갈아 쓰거나 책상을 자주 옮긴다면 무선이 훨씬 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선 제품을 볼 때는 연결할 기기 수, 전환 키의 위치, 충전 방식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기기 전환을 자주 하는데 매번 설정 화면을 열어야 한다면 편리함이 줄어들어요.
게임을 한다면 연결 방식만 보고 반응 속도를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품마다 차이가 있고, 일반적인 문서 작업에서는 그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대신 내가 쓰는 컴퓨터에서 연결이 안정적인지, 잠자기 상태에서 다시 입력할 때 불편하지 않은지를 살펴보세요. 회사 컴퓨터처럼 주변기기 연결에 제한이 있는 환경이라면 구매 전에 사용할 수 있는 방식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키캡에 적힌 한글과 영문 표기도 의외로 중요합니다. 자판을 보며 입력하는 편이라면 글자가 잘 보이는지 확인하세요. 키보드에 높이 조절 다리가 있더라도 무조건 세우기보다는 손목이 편한 각도를 찾아 쓰는 편이 낫습니다. 오래 쓸 때 손목이 계속 꺾이는 느낌이 든다면 키보드 위치를 먼저 바꿔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구매 전에 작은 불편을 걸러내기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았다면 평소 습관을 대입해보세요. 자주 쓰는 단축키를 그대로 누를 수 있는지, 키보드 앞에 손을 둘 공간이 있는지, 큰 키가 흔들리거나 거슬리는 소리를 내지 않는지 확인하는 식입니다. 가능하다면 실제로 쓰는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이메일 한 통을 쓰는 순서대로 손을 움직여보세요.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던 불편이 그때 드러나기도 합니다.
관리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전원을 끄거나 연결을 해제한 뒤 키 사이 먼지를 털고, 음료를 가까이 두는 습관만 줄여도 상태를 유지하기가 쉬워집니다. 키캡을 분리해 씻을 생각이라면 제품 설명에서 분리와 세척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하세요. 물티슈로 세게 문지르다 글자가 지워지는 제품도 있으니까요.
키보드는 인기 순위보다 내 손의 습관에 맞을 때 오래 만족스럽습니다. 하루 중 가장 자주 누르는 키 몇 개와 사용하는 장소를 떠올려 보면, 눈에 띄는 디자인 뒤에 숨어 있던 선택 기준이 꽤 선명해집니다.
